검도는 단순히 검을 들고 상대를 베는 무도가 아닙니다. 보기에는 다소 격하고 단순한 스포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본적인 인사부터 시작해 훈련 내내 집중력, 절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매우 깊이가 있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검도를 ‘정신력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과의 대결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바로 검도의 본질입니다. 성인으로서 검도를 처음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취미를 하나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와 끈기입니다. 수많은 운동에서 태도와 끈기를 요구하지만 제가 경험해 본 운동 중엣 태도, 끈기와 더불어 자제력, 인내심이 가장 요구되는 운동은 검도라고 생각합니다. 검도의 모든 전략은 내 자신과 상대를 계속 분석해야하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한 평범한 성인이 검도라는 세계에 늦게 입문해 겪은 경험과 감정, 삶의 변화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드려보고자 합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첫 걸음을 내딛은 셈입니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검도라는 무도의 세계가 여러분에게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검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첫 느낌
검도는 처음부터 관심있던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꽤 멀게 느꼈던 운동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일하면서 회사와 일상 속에서 예민해지는 저 스스로의 모습이 점점 흐트러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고 감정 조절은 잘 되지 않았으며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SNS에서 검도 도장 광고를 보게 되었고 단정한 도복을 입고 죽도를 쥔 채 기합을 내지르며 베기를 하는 수련자들의 모습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는 무언가가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별다른 망설임 없이 체험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컸습니다. 도장의 분위기가 너무 엄격하지는 않을까, 운동 강도가 버겁지는 않을까, 낯선 공간에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뒤따랐습니다. 농구, 축구와 같은 운동은 워낙 좋아하고 관심이 있다보니 시작할 때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는데 검도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걱정이 정말 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도장을 방문했을 때 느낀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분명 규율은 있었지만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았고 오히려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선배 수련자들의 예의 바른 말투와 차분한 태도는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었고 오히려 그 안에서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도복의 질감, 죽도를 처음 쥐었을 때 손에 닿는 느낌, 발소리와 기합이 울려 퍼지는 공간 속에서 처음 접한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 낯섦은 빠르게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그리고 무엇인가가 내 안의 흐트러짐을 정리해줄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마음 속에 생겨났습니다.
기본 자세와 죽도 훈련, 반복 속의 몰입
검도의 시작은 ‘인사’입니다. 도장에 들어설 때, 훈련을 시작할 때, 상대를 마주할 때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습니다. 예의라는 형식은 단지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세를 다잡는 하나의 준비 동작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죽도를 들고 서 있는 순간에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긴장감과 함께 깊은 집중이 시작됩니다.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은 ‘정면치기’입니다. 상대의 머리 중앙을 향해 정확히 죽도를 휘두르는 동작입니다.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손의 높이, 팔의 각도, 발의 타이밍 그리고 기합까지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온전한 한 동작이 완성됩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서툴러서 몸이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장에서는 하나의 동작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게 됩니다. 지루하다고 느껴졌던 훈련이 어느 순간 ‘몰입의 시간’으로 바뀌는 경험은 정말 특별합니다. 모든 것이 들어맞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쾌감이 있습니다. 반복 속에서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점차 사라지고 오직 나의 자세, 숨소리, 손의 감각만이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죽도 소리와 발소리, 기합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면 주변 소음은 모두 멀어지고 오로지 그 공간과 나만 남는 듯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분명 피곤했지만 훈련을 마치고 도장을 나설 때는 마음이 정말 홀가분하면서도 차분하고 가벼워졌습니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검도가 가져다준 변화: 자세, 태도, 삶의 흐름
검도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저의 삶의 리듬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자세와 시선입니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걷게 되었고 누군가를 대할 때도 눈을 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도복을 입고 죽도를 쥐고 서 있던 시간들이 나도 모르게 ‘바른 태도’를 몸에 새겨준 것이었습니다. 또한 감정 조절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갈등 상황이 생기더라도 쉽게 흥분하거나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말투도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검도 시작했을 때 가장 와닿고 만족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예민하고 뾰족해지던 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훈련 중 ‘상대를 이기기 전에 나 자신을 이겨라’라는 사범님의 말은 이제 제 삶의 중심 철학이 되었습니다. 체력적인 변화도 큽니다. 초반에는 10분 훈련에도 숨이 찼었지만 이제는 한 시간 수련을 무리없이 마칠 수 있을 정도로 지구력이 붙었습니다. 무엇보다 값진 변화는 매일 아침 스스로를 다잡는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검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단단한 정신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찾고 있다면 검도는 그 과정의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검도는 강인한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다잡고 정리하는 ‘정신 수련’에 가깝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무도 같지만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삶의 태도까지 바꿔주는 깊은 경험이 됩니다. 지금 내 마음이 자주 흔들리고 몸과 생각이 분주하게 흐른다면 검도가 줄 수 있는 집중과 중심의 힘을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일지도 모릅니다.